이미지 크게보기그날의 흔적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전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참사를 빚은 제주항공 여객기의 스키드마크(자동차나 비행기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길에 검게 남은 흔적)와 잔해가 활주로와 둔덕에 남아있다. 작은 사진은 사고 항공기인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 모습. 플래닛 랩스 위성 사진·연합뉴스

■ 기체결함 의구심 증폭

제주항공 평균기령은 14.4년
티웨이 13년·에어부산 9.7년
대한항공 11.4년보다 더 높아

月 운항 418시간… 3년새 4배
진에어 371·대한항공 355시간
제주항공측 “무리한 운항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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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원인 중 하나로 기체 결함이 의심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의 평균 기령(항공기 나이)이 가동률만큼이나 타 항공사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추락한 해당 항공기 기령을 노후 기종으로 볼 수는 없지만, 항공기 교체 시기를 늦추고 운용 효율을 높이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사업 방식이 ‘독’이 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31일 국토교통부의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최근 집계한 제주항공 항공기의 평균 기령은 14.4년이었다. 같은 LCC인 티웨이항공은 13.0년, 진에어는 12.7년, 에어부산은 9.7년으로 제주항공의 평균 기령은 다른 항공사보다 1∼4년 안팎으로 많았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은 11.4년, 아시아나항공은 12.3년으로 제주항공보다 각각 3년, 2.1년 적었다.

제주항공의 가동률은 평균 기령 못지 않게 높았다. 각 항공사의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 보유 여객기 1대당 월평균 가동 시간은 지난 2021년 90시간에서 올해 3분기 현재 418시간으로 최근 3년 새 약 4.64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티웨이항공은 106시간에서 386시간으로 약 3.64배로, 진에어는 154시간에서 371시간으로 약 2.41배로, 에어부산은 138시간에서 340시간으로 약 2.46배로 각각 늘었다. 대한항공(355시간)과 아시아나항공(335시간)은 제주항공보다 월평균 가동 시간이 적었다.

통상 LCC는 운항을 길게 한 비행기(경년항공기) 교체를 늦추거나 중고 기체를 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용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사업 전략을 구사해 왔다. 대형항공사보다 인력·재정 여력이 적은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여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같은 기종을 여러 노선에 투입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항공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무리한 운항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무리한 운항은 절대 할 수 없다”며 “정비를 한치 소홀함 없이 꼼꼼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통계적으로 볼 때도 가동률이 높다며 무리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제주항공 항공기 가동률이 높은 것은 통계로 나온다”면서 “강도 높게 항공 안전 점검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대형항공사보다 비행기를 적게 보유한 상황에서 운영해야 할 노선이 많다 보니 회사가 보유한 비행기 운항 시간도 자연스레 늘어났을 것”이라며 “비행기가 가동된 지 10∼15년이 됐다고 해서 성능이 떨어진다고 볼 순 없지만, 가동률을 높일수록 노후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령 20년 이상을 노후 항공기로 보고 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