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여행상품 판매 보류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여행객들이 하루 수천 명씩 쏟아지면서 여행업계 위기감이 현실화하고 있다. 홈쇼핑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여행 상품 판매 방송을 취소했고, 해외여행객 감소로 면세점도 타격이 예상되는 등 유통가 전반이 꽁꽁 얼어붙는 분위기다.

3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여행사에는 내년 초 예약 상품에 대한 취소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A 여행사의 경우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전날 하루 약 3300명이 상품을 취소했다.

해당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상품 취소는 기존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늘었고, 예약은 평소보다 절반 정도 줄었다”고 했다. B 여행사 관계자도 “이번 참사 여파로 지방 영업팀과 본사로 취소 문의가 밀려들어 눈코 뜰 새가 없는 상황”이라며 “취소 건수를 집계할 여력이 없을 정도”라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에서는 전날 기준 항공권 취소 건수가 약 6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취소 문의가 폭주하면서 여행사들은 취소 수수료 면제와 항공사·공항 변경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나투어는 다음 달 10일까지 출발 예정인 제주항공편 이용 상품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현지 호텔 숙박과 행사 등 취소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인터파크투어 역시 제주항공이 아닌 타 항공 상품으로 변경 시 수수료를 면제한다. 다른 여행사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소비자 응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행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롯데·현대홈쇼핑은 참사 직후 여행 상품 판매 방송을 전부 취소하고, 당분간 송출도 보류할 예정이다. 해외여행객 감소가 예상되면서 면세점 역시 피해를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여행 기피 현상’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과거 대형 참사로 여행 수요가 잠깐 줄어든 사례는 있었지만, 3개월 이상 이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