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은 정치권 최상층 진출, 공작비 자체 조달, 첨단 교신방법 활용 등의 특징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첨단 암호프로그램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합법화된 테두리의 사업체를 설립해 공작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한 점 등은 2011년 왕재산 사건 등 간첩 사건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10일 사정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의원 사건의 최대 특징으로 무엇보다 헌법을 준수·보호해야 할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이번 사건은 헌법기관에 종북세력이 진출한 것으로, 이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혁명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2005년 설립한 CN커뮤니케이션즈(CNC)는 공작비의 자력 조달 통로로 의심받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2월 CNC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CNC 최대주주다. CNC가 아직도 이 의원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배경이다.

CNC는 수년 전부터 매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사회동향연구소 등 계열사도 늘려 왔다.

국가정보원은 사회동향연구소 등의 자금이 이 의원과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의 활동비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공작비를 자력 갱생, 조달하는 것은 왕재산 사건 때부터 보인 새로운 특징이다.

RO 조직원들은 이메일 암호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보안을 철저히 강조했다. 이 의원은 중요한 장소를 갈 때는 휴대전화를 끄는 등 더욱 보안에 철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지령이나 정보를 암호화해 평범한 사진이나 그림, 문서 파일에 숨기는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기법을 이용해 북한의 지령을 공유했던 왕재산 사건 이후 조직원들 간 교신과 회합에 첨단 수법을 활용한 것도 최근 새롭게 나타난 경향이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ICT의 발달로 당국의 눈을 피해 접선하고 비밀 지령을 주고받을 수 있는 첨단 기법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과 RO가 북한과 연결돼 있을 것이라는 부분은 추후 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