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 이후 종북(從北) 세력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비판이 거센 가운데, 아직까지 ‘종북’을 고집하는 시대착오적 망상의 근저에는 그릇된 정세 인식과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에서 벗어나 있지만 정말 북한의 체제가 더 우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데다, 수십 년간 종북 활동에만 몰두하면서 심리적으로 합리적 판단의 근거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주사파 학생운동권이었던 하태경 의원은 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보기에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 의원 같은 사람을 만나 보면 지금은 북한이 힘들지만 이 위기만 지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고 있다”며 “세상을 바라보는 정세 인식과 판단 자체가 일반적인 사회의 시선과 다르기 때문에 행동도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이제는 소수만 남은 건데, 이들은 감성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인 20대 초반에 종북 이념을 받아들여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종북을 버리는 것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일 수 있다”며 “생활적·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서로 엮여 있는 측면이 강하고, 40·50대에 종북을 버리고 다른 생활을 하는 게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운동권이라는 것 자체가 세상을 피아(彼我)로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과거에는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세상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화두를 제시했다면, 이제는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 주제가 사라지다 보니 ‘종북’ 같은 잘못된 이념만 남게 된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평화 통일과 관련한 의제가 부각되다 보니 종북 세력이 이를 착각한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호열(북한학) 고려대 교수는 “종북이나 사회주의는 낡은 질서를 추종하는 것”이라며 “모든 이념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교조적으로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