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從北) 세력의 뿌리는 1960년대 북한과 직접적 관계를 맺은 지하세력으로부터 시작되지만 1980년대 학생운동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민족해방(NL)’ 주사파(主思派) 계열이 본류를 형성하고 있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도 과거 주사파 지하당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통진당 또한 NL 계열 진보세력에 근원을 두고 있다.

9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종북 세력의 출발은 1960∼1970년대 북과의 연계를 시도했던 통일혁명당(통혁당), 인민혁명당(인혁당) 등의 지하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들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중에는 이후 결성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한국진보연대’ 등 각종 종북 단체에서 활동을 이어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종북 세력의 본류는 1980년대 이후 대학가에서 세력을 떨친 이른바 ‘NL 주사파’이다. 북한의 남한혁명노선인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추종하고, 특히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과 행동지침으로 내세우면서 NL 혹은 주사파로 불려왔다. 이들은 전두환 정권에 대항한 학생운동을 주도하면서 큰 호응을 받았지만, 실상은 북한과 연계된 지하당을 배후로 두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99년 사건화됐던 민혁당이다. 주사파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김영환이 주도해 만든 대규모 지하당으로, 학생운동권을 장악했고 이후에도 사회운동에서 주류가 된 NL 계열 운동의 사상·이론적, 조직적 지도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주사파의 상당수가 진보 세력으로 둔갑해 제도정치권에 진입하면서 지하세력의 정치권 진입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NL 계열도 DJ 시절인 2001년에 민주노동당에 합류하면서 하나의 정치세력을 구축했다. 그들은 이번 이석기 사태를 주도한 경기동부연합의 뿌리다. 지금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은 2003년 민혁당 사건으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대표적 주사파다. 이 의원은 그동안 배후에서만 움직이다가 노무현정부에서 두 차례 사면과 복권을 받은 뒤 지난해 4·11 총선을 통해 국회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통진당은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을 가져갔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