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비핵화 협상 다자틀인 ‘6자회담’이 무용론을 넘어 사실상 종말을 고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플루토늄에 이어 우라늄탄 개발, 핵탄두 경량·소형화 등 핵보유국의 길을 밟아 나가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을 전제로 한 6자회담이 더 이상 실효성을 가지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6자회담은 2008년 말 폐연료봉 시료 채취와 검증을 둘러싼 이견으로 중단된 뒤 4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이번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6자회담이 아닌 새로운 협상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2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의 가중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으로 6자회담,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며 일방적으로 6자회담의 종식을 선언했다. 이제 북한은 공공연히 북핵 포기와 경제지원·안전보장을 맞바꾸는 ‘비핵화 회담’이 아니라,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으로 ‘군축·평화회담’을 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6자회담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6자회담의 근본 대안은 아니지만 양자회담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영수(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6자회담의 틀은 유지하되 양자회담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양자회담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6자회담은 공허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6자회담에 대한 무용론이 강하게 제기되겠지만 이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며 상징적 북핵 협상 틀로서 6자회담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핵화 문제를 대북 정책에서 따로 떼서 다뤘던 6자회담과 달리 포괄적이고 융합적인 새로운 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지적도 있다. 이호령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의 핵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6자회담 같이 핵문제와 대북 정책을 따로 보는 접근법보다는 융합해서 보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평화협정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결단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6자회담의 유효성을 강조하는 신중론도 여전히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북한은 여전히 6자회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