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국면을 맞아 1993년 민주화정부가 들어선 이후 20년 이상 ‘비핵화’와 ‘대화’ 투트랙으로 끌어온 대북정책이 사실상 실패했으며, 따라서 대북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가 획기적이고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포용정책 시기에 우리 정부가 북한의 계속되는 ‘기만전술’과 ‘시간끌기’에 끌려다녔고, 그 결과 국제사회의 강한 경고와 반대에도 결국 북한 핵실험을 막지 못한 만큼 기존 정책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잇달아 내놓았다.

현재 전문가들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 북한 레짐 체인지론, 동북아 연쇄 핵 무장 가능성 대비론 등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자체 핵 보유를 통한 ‘공포의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홍관희(북한학) 고려대 교수는 1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러 가지 북에 대한 제재 방안을 단계적으로 사용했는데도 안 된다면 한국의 핵무장까지도 선택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물론 이 문제는 국제적 변수가 큰 문제이기도 하고 북한의 핵 실험이 아직 소형화 경량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단계까지 이르면 우리에겐 분명 직접적인 공포로 다가올 것이고 사재기 등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그 전에 우선 국제 사회와 공조해 북에 대한 금융·해상 제재를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2단계로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철수했던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해 핵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정책의 실패를 3차 핵실험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 핵 주장에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하는 등 안일한 인식을 보여 원칙을 소홀히 한 게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본다”며 “북한은 시종일관 핵 폐기를 한 적이 없었고 우리도 북이 그런 의사가 없다는 걸 분명하게 인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현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역시 시작도 하기 전에 유연성을 가질만한 가능성 자체를 북한이 흔들어 놔버렸기 때문에 도전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 역시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신뢰를 깨는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이 내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현 이명박 정권의 비핵개방 3000이 별로 다를 게 없다”며 “지금까지 한국은 북한에 상응하는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비대칭적 게임 속에서 ‘좌시하지 않겠다’, ‘군사력 억지를 강화하겠다’ 등 북한이 봤을 때 별로 효과가 없는 제재 방법만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일관되게 강경 일변도로 해왔지만 우리는 정권이 5년마다 바뀌면서 그때마다 정책이 변화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며 “김대중 정부에서 3단계 통일 방안을 위해 노력했는데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정신은 계승했지만 조급하게 통일 단계를 이끌려고 했고, 이에 대한 반발로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 정책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국회의 동의를 얻은 남북관계 기본 발전법이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좀 더 보완, 발전시켜 거기에 토대한 대북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하·박정경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