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오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강조하는 등 ‘북핵불용’ 의지를 거듭 표명한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이날 외교국방통일분과가 분과 내에 북핵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하기로 하는 등 다각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박 당선인이 이처럼 신속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취임도 하기 전에 닥친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안정되고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당초 이날 교육과학분과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전날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안보상황의 엄중함을 감안해 일정을 바꿨다.

이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내정된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는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잠정 보류될 수밖에 없다는 방향으로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북한의 핵공격에 따른 한·미간 대응전략 가운데 하나인 ‘선제타격’개념 등 군사적 대응전략 강화 방안 등이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에서 박 당선인의 초기 대북정책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차원에서도 강경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국제사회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핵무장 의지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계속 추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선인도 전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북한이 성의 있고 진지한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함께 추진해나갈 수 있다”고 말해 대북정책의 수정 불가피성을 언급했었다.

박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3단계로 요약된다. 1단계는 대북 인도적 지원(식량지원 포함), 2단계 농업·조림 등 낮은 수준의 남북 경제협력, 3단계는 교통·통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다. 2단계까지는 정치상황이나 비핵화 조건을 걸지 않고 추진한다는 게 당초 입장이었지만,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을 계속 강행하는 상황에서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 간사도 전날 박 당선인에게 긴급보고를 하기에 앞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수정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핵실험이 확실하다면 옛날 같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단호한 대처가 우선이지만 장기적으로 대북 강경책이 계속 될 경우에는 경색국면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선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 당선인의 확고한 의지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