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A대형병원은 최근 난감한 문의를 받았다.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 강북 모 지역의 B후보가 출마지역에 ‘A병원 건강검진센터 유치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공약을 내놓자 경쟁자인 C후보측에서 ‘B후보 공약이 사실이냐’고 물어 왔기 때문이다.

예전에 구청측과 그 지역에 새로 들어설 고급 주상복합 건물에 건진센터를 설립하면 어떻겠느냐며 협의한 사실이 있는데 B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는 A병원측은 답변을 할 경우 자칫 어느 한 쪽을 편들어 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입을 다문 채 선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경북 모 지역에 출마한 D후보는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과 관련한 투자를 하기로 했는데 최근 경기침체로 투자 시기를 재점검하자 재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경영 전략에 따라 결정될 중대한 사안이 공약으로 내걸린데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휴대전화 기본요금과 가입비 폐지, 데이터 무제한 이용 등 여야가 선거 때마다 단골로 내놓는 통신비 공약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기업들은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냐”며 난감해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총선이 임박하면서 여야 후보들의 기업경영과 관련한 무책임한 공약 남발로 기업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제 관련 공약이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하자 후보들이 이를 노리고 협의도 안된 기업 관련 공약들을 내놓은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런 공약을 토대로 당선됐다가 나중에 실현이 안됐을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이 보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모 기업 관계자는 “공약이 실현되지 않으면 당선자는 비판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죄없는 기업들은 협의도 안된 공약 때문에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