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 서울 종로 지역구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와 정세균 민주통합당 후보가 초박빙의 경쟁속에서도 조용하고 예의 갖춘(?) 유세를 펼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유세차량으로 ‘지프차’를 이용하는 등 유세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홍 후보의 유세 차량은 레저형 지프차인 무쏘스포츠다. 이전 선거에서도 지프차를 애용했지만 종로에선 지프차가 더 없이 유용하다는 게 홍 후보측 설명이다.

서울 종로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지역구 대부분이 경사가 급한 산악지형이다. 또한 차량 두 대가 지나가기도 쉽지 않은 협소한 골목이 많아 유세 차량으론 지프차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정 후보도 이번 총선에선 레저형 지프차인 코란도스포츠를 유세 차량으로 마련했다.

두 후보는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대형 스피커 대신 소형 확성기만 지프차에 장착했다. 볼륨 높이도 다른 지역보다 한, 두 단계 낮추고 있다. 조용한 안식을 선호하는 종로구민들의 취향을 배려한 것이라는게 두 후보측 전언이다.

두 후보는 종교시설, 어린이집, 도서관을 지나칠 땐 반드시 로고송을 끄고 종교 시설에 입장할 때면 선거운동용 재킷을 벗는다고 한다. 이 또한 배려심과 예의가 남다른 두 후보만의 철저한 원칙이다. 실제 두 후보는 정치권내에서 타협과 배려를 중시하는 대표적인 양반형 국회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 ‘예절의 고장’ 경북 영주(홍 후보)와 전북 장수(정 후보)에서 태어나 겸손과 성실이라는 같은 생활신조도 지니고 있다. 두 후보는 지프차의 짐칸에 올라 하루종일 유세를 펼치다보면 상대 지프차와 마주치는 일이 간혹 생긴다고 한다. 이럴 때 두 차량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확성기 볼륨을 최대한 낮춰 예의를 갖춘다.

만약 상대 지프차가 특정 전략 지역을 선점하고 있으면 현장에서 맞불을 놓기보다는 자신의 유세 일정을 수정해서라도 다른 지역으로 피해가기 일쑤여서 힘겹게 일정을 짜놓은 보좌진을 애태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