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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공직선거법 60조는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직 판사나 외교관도 국가공무원이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법규에도 불구하고 ‘4·11 국회의원 총선거’ 현장을 누비는 ‘간 큰’ 판사가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서울 송파을 선거구에 출마한 천정배 민주통합당(민주당) 후보의 딸인 천지성 부산지법 판사입니다. 그는 지난 1일 아버지 천 후보와 동행하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습니다. 판사의 선거운동은 불법이지만 그는 합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공무원이 후보자의 배우자이거나 직계 존비속인 경우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 60조의 예외규정 때문입니다. 근무시간이 아닌 휴일에 출마한 아버지를 위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평일에도 휴가를 쓴다면 선거운동이 가능합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외교관인 천 후보의 둘째딸도 선거운동이 가능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법도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2008년 18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였다면 불가능했습니다. 당시 법은 공무원 중에서 배우자가 선거에 출마한 경우에만 선거운동을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2010년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서야 공무원 신분의 후보자 직계 존비속도 선거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선거에서 후보자의 자녀나 부모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시대상을 반영한 법 개정이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가 자녀를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서울 송파병 김을동 새누리당 후보의 아들인 탤런트 송일국, 대구 수성갑 김부겸 민주당 후보의 딸인 탤런트 윤세인(본명 김지수) 등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연예인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하는데 공무원이라고 부모님을 위한 선거운동을 못하게 한다면 설득력이 없겠죠. 그렇다고 부모 자식 관계라고 모두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강용석 무소속 후보는 1일 4살난 아들을 데리고 거리유세를 펼치다 마포구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구두경고를 받았습니다. 공직선거법은 미성년자는 어떤 경우에도 선거운동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후보는 자식덕을 보지만 어떤 후보는 자식덕을 보고 싶어도 못보는 차이가 재미있지 않습니까.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