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기 오폭 사고

공군 사고직후 허둥지둥 정황
군 수뇌부도 30분 넘게 몰라

6일 군 초유의 전투기 오폭 사고가 벌어진 가운데 국군통수권자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국방부로부터 처음 구두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방 업무를 지원하는 실무팀은 보고 누락으로 뉴스 속보로 사고를 인지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7일 오후 최 권한대행에게 정식 보고를 하기로 해 허둥지둥하다 ‘늑장 보고’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전날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오폭 사고를 처음 보고받았다. 전날 오전 10시 4분쯤 한미 연합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 중 KF-16 전투기 2대가 경기 포천의 민가에 공대지 폭탄 8발을 투하한 지 약 1시간 만이다. 당시 기재부 측은 이보다 앞서 소방 당국으로부터 관련 폭발 사고를 보고받았지만, 군의 정식 보고가 아니었던 만큼 오폭 사고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은 김 직무대행이 전화로 상황을 직보하자 “현장에 나가 사태를 수습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직무대행은 이후 사고 현장을 찾고 주민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지원단과 대통령실에도 사고 보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기재부 내 외교·안보 관련 업무지원단에는 보고를 누락해 담당 팀장도 뉴스 속보를 보고 상황을 인지했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주요 사건을 통상 보고했는데 이번엔 TV 속보로 인지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도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비서관 등이 방미 중인 상황이어서 보고를 제때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군 수뇌부는 오폭 사고 직후에도 F-15K의 실사격 훈련이 종료될 때까지 참관하는 등 최소 30여 분간 이를 모르고 있었던 정황도 파악됐다.

군 내부에선 공군이 사고 원인 파악 및 대처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훈련 상황을 관제하던 공군 작전사령부 등이 오폭 사고 직후 사고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보고 절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군은 사고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상황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 조종사의 실수 등이 원인으로 금세 밝혀졌지만 공군 측은 전날 “공군본부와 공군작전사령부는 이번 훈련 중 사고를 낸 것이 공군 전력이 맞는지, 맞다면 어떤 기종인지 등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