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만신창이 된 트럭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이튿날인 7일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사고 현장에서 한 주민이 포탄으로 훼손된 차량에서 물건을 찾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오폭 날벼락’ 노곡리 가보니

“간밤에 한숨도 못자” 불안 호소
“‘쾅’소리후 집 심하게 흔들려
지진인가 했는데 연기가 보여”
“비행기만 보면 떨리고 숨막혀”

“집 유리창 다 깨져 잠잘곳없다”

포천=조언 기자 advice98@munhwa.com, 조율 기자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로 폭탄 8발이 떨어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는 7일 오전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주민들은 일상 속 갑작스레 맞닥뜨린 굉음과 매연, 전쟁의 공포에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사고 이튿날인 이날 찾은 노곡2리 마을회관에는 주민 10여 명이 모여 지난 폭격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매년 3월이면 한·미 연합훈련이 있는 탓에 전투기 소음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주민들이지만, 사고 당시는 많이 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이모(67) 씨는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쾅’하는 큰 소리가 나면서 집이 흔들릴 정도로 충격이 몰려왔다”며 “처음엔 지진인 줄 알았는데 창문을 여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이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실제 사고 당시 충격파는 1㎞ 떨어진 곳까지 전달될 정도로 강력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72) 씨도 “이 동네에서 30여 년 살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사격훈련이 자주 진행되긴 해도 어제는 폭음이 너무 커 전쟁이 난 줄 알았다. 강아지도 너무 놀랐는지 이틀 동안 사료를 안 먹고 있다”고 말했다.

폭격으로 피해를 본 건물들은 유리창이 깨지고 벽이 붕괴되는 등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포탄을 직격으로 맞은 승진성당 본당과 사제관은 건물의 잔해인 벽돌 등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등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주변 도로 곳곳은 검게 그을린 채로 움푹 파였다. 현재까지 파악된 핵심 피해 가구는 총 56가구로, 이 중 30여 가구는 집에 머무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김모(68) 씨는 “유리창이 다 깨져 집에 못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수리가 많이 필요한 주민들은 3~4일 정도 임시대피소인 마을회관에서 지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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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이날 포천시장 등 주재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오폭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주민 최모(81) 씨는 “오폭 이후에도 비행기가 계속 다니는데 그럴 때마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숨이 막힌다”며 “이 동네에서 더는 못 살겠다”고 울먹였다. 일각에서는 “공무원들이 전화만 하면 담당 부서가 아니라며 전화 돌리기에만 급급했다”며 관계 당국의 비효율적이고 불친절한 행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사고 당시 재난문자가 제대로 오지 않았다”며 “아직 (군측에서) 구체적인 상황 설명도 없었고,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공군 측에서는 군인 100여 명을 투입해 마을 청소에 들어갔다.

전날인 6일 오전 10시 4분쯤 노곡리에는 한·미 연합훈련 중인 공군 전투기에서 발사된 폭탄 8발이 떨어졌다. 해당 사고로 현재까지 29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상자는 민간인 남성 2명으로 각각 어깨 골절과 안면부 등을 다쳤으나 현재까지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