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6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 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F-15K와 KF-16이 공대지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빨간 점선 안이 KF-16 전투기가 오폭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탄 MK-82다. 연합뉴스

■ 전투기 오폭 사고… 좌표숫자 1개 오입력

KF-16, 국내 주력기로 131대
좌표 조작실수 상대적으로 많아

전문가 “터치스크린으로 바꿔야
통제관 확인없는 구조적 문제도”

6일 발생한 공군의 오폭 사고는 조종사의 사소한 실수가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은 주력 기종인 KF-16의 구형 버튼식 좌표 입력 시스템을 보완할 자동검증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2대의 KF-16 조종사 중 1번기 조종사(4機 조종사·편대장급)는 구글어스에 나타나는 군용 WGS84 좌표체계상 위도 7개 숫자 중 1개를 잘못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숫자 1개 잘못 입력으로 인근 승진과학화훈련장 표적지에서 무려 8㎞ 떨어진 민가에 8발의 MK-82 폭탄이 무더기로 투하된 것이다.

1번기 조종사가 몰던 KF-16은 구형 버튼식이어서 조작 실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KF-16은 상대적으로 노후 기종이어서 신형기종에 도입된 터치스크린이 없다. 위도나 경도 숫자를 1개만 잘못 입력해도 수㎞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작전 계획상 두 전투기는 폭탄 투하 당시 4000피트(약 1.2㎞) 상공에서 시속 833㎞ 속력의 비행이 계획돼 있었다. 폭탄은 표적에서 8㎞ 벗어난 곳에 떨어졌는데, 이때 잘못 입력한 좌표가 이러한 차이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폭탄이 떨어진 곳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30㎞ 거리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도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신형 F-35 스텔스 전투기나 F-15K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좌표를 입력하고, 화면에 표적지 지도가 표시돼 실수 확률이 낮다”며 “KF-16을 블록 70으로 개량했음에도 화면 입력 방식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F-16(구형 버튼식)은 국내 주력기로 131대가 도입돼 있다. 터치스크린이 도입된 F-35는 60기에 불과하다. 공군은 구형 버튼으로 누른 좌표를 통제소와 데이터를 공유하는 연동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 관계자는 “항공기를 레이더상에서 관리는 하고 있었다”면서 “항공기가 임무 현장에 폭탄을 투하해야 하는데 투하하지 않아서 그때부터 폭탄을 찾기 시작했다. 항공기 관제에 대한 부분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MK-82 폭탄은 주택가 인근에 1발, 비닐하우스에 1발, 성당 인근에 1발, 도로에 2발이 떨어졌고 인근 군부대에도 3발이 낙하했다. MK-82는 직경 8m, 깊이 2.4m 폭파구를 만들며 파편에 의한 살상반경은 축구장 1개 넓이에 이르는 위력이다. 이번 훈련은 훈련탄이 아니라 폭약이 탄두에 실린 실무장 사격훈련으로 하마터면 초대형 참사가 날 뻔했다.

1번기 조종사는 매뉴얼상 3단계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다. 조종사는 △전투기 탑승 후 좌표가 입력된 저장장치를 전투기에 연동할 때 △비행 중 등 두 차례 좌표가 정확한지 확인해야 하고 △좌표 지점에 도착했을 때 맨눈으로 표적을 확인하는 등 총 3차례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군 당국은 1번기 조종사가 이 검증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종사가 입력한 표적 좌표를 통제관 등 다른 사람이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고, 최초 좌표 입력부터 표적 육안 확인까지 전 단계를 조종사 한 명이 오롯이 책임지는 구조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이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