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번 주말은 푹 쉬시라” → 12일 오전 기자실 찾아 “발사! 발사!” → 12일 오후 “장착 확인… 대비했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놓고 사전 정보력 부재부터 해명까지 정부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군은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던 정황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났음에도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미사일이 장착돼 있는 것을 확인했고, 군은 모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고 있다.

국방부는 발사 당일인 12일 새벽까지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징조를 포착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아침 “11일 발사대에서의 미사일 로켓 해체설에 대해 바뀐 것이 있느냐”는 기자의 확인에 “아리랑 위성의 오후 영상을 확인했으나 어제 발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한 상황과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발사 전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일(12일)은 흐리고 13, 14, 15일에는 그쪽(철산군 동창리)에 비와 눈이 내리는 등 날씨 때문에 안 쏠 것이 확실하다”며 “(기자들이) 이번 주말은 푹 쉬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0일 합참의 통합위기관리 태스크포스(TF) 책임자를 소장급에서 준장으로 교체했다”고 밝히는가 하면 “(고위 당국자와) 기자들의 만찬 간담회 날짜도 14일로 정했다”고 통보했다. 최소한 이번 주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발언들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의 아침 스케줄도 비상대기 상태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국방부의 분위기는 발사 당일인 12일 아침까지도 전혀 바뀌지 않다가 오전 9시 58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포착됐다는 사실이 보고된 뒤 국방부 관계자들이 기자실로 허겁지겁 달려와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를 연발할 때까지 계속됐다. 결국 군 당국의 실전 대비 태세는 물론 정확한 대북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거나 확보한 정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키운 셈이다.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은 1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군은 외양간도 안 고치고 소를 잘 보호했다고 하고 있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속이려고 작심하면 정보 수집과 판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한강우·김동하·김상협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