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허 찔린’ 한·미 김관진(오른쪽) 국방부 장관과 성 김(왼쪽) 주한 미 대사가 12일 국방부에서 만나 북한의 미사일 기습 발사와 관련한 양국의 공조 방안 등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일 북한이 기습적으로 감행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과정을 보면 과거와는 달라진 북한의 기만전술이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회담을 통해 유화 국면으로 이끌다가 갑자기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는 형태의 유격작전식 기만술이었다면, 이번에는 미사일 발사 징후가 드러난 상황에서 시기에 대한 예측에 혼선을 주기 위해 역(逆)정보를 흘리는 식의 심리전이 더해진, 보다 세련된 연막작전을 폈다. 북한 기만전술의 진화로 해석될 수 있는 변화다.

인공위성과 정찰기 등 정보자산을 통한 감시능력이 강화돼 한·미에 일거수 일투족이 노출되고 기습적인 도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를 교란하기 위해서 과거와는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북한의 맹방이자 유일한 지지세력인 중국의 만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도 섞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일 장거리 미사일을 10~22일 사이에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3일엔 1단계 로켓이 장착돼 발사 과정이 순조로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8일 돌연 “일련의 사정이 제기돼 발사 시기를 조절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10일에는 “1단 로켓 조종발동기 계통의 기술적 결함이 발견됐다”며 발사 예정기간을 29일까지로 연장했다. 북한의 발표에 따라 미사일 발사 시기는 10~22일에서 23~29일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미 양국도 이런 북한의 움직임을 보고 북한 미사일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후부터 북한이 로켓을 해체해 수리 중이고, 연내 발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모두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로부터 역산해보면 북한은 이미 지난 주말 연료주입까지 마치고 발사준비를 완료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처음부터 한국과 미국을 속일 목적으로 기만술을 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의 한 정부관계자는 13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기만전술을 쓰려고 그런 것”이라며 “(중국 등) 주변에서 말리고 하니까 1주일 연장한다고 발표해 방심하게 해놓고 기습적으로 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