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범여권 단일후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범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쏟아지는 의혹들이 후보별로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나 후보는 과거 개인적 인연의 사람들에 의한 폭로나 제보를 통해 특권적인 사(私)생활이 집중 부각되고 있다. 반면 박 후보는 공개된 자료나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기록들이 샅샅이 검증받으며 공(公)적 활동의 적절성 여부와 도덕 불감증이 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선거 운동 초반 선공을 당했던 박 후보의 의혹 내용은 과거 박 후보가 이끌었던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의 활동 및 모금, 병역 기피, 허위 학력 등이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검증팀을 꾸리고 개별 의원들도 직접 나서 대대적인 자료 확보에 나섰다. 아름다운재단의 홈페이지를 기본으로 박 후보의 저서 및 과거 방송 출연 내용까지 뒤졌다.

이어 박 후보의 고향을 방문해 탐문 조사를 벌인 데 이어 율사출신이 많은 한나라당답게 박 후보의 발언을 뒤집을 만한 법률조항 및 판례를 끄집어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 나 후보측은 시민단체 활동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쌓은 박 후보의 도덕 불감증 또는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 초반 박 후보에게 쏠렸던 중도층 표심을 되찾아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선거 운동 후반부 박 후보의 강력한 역공에 시달리고 있는 나 후보의 의혹 내용은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 등 재산, 부친의 사학재단 및 모친의 교육기관 비리, 개인 법률사무실의 탈세 시도 가능성, 고가의 피부클리닉 이용, 과도한 주유비 등이다.

특이한 점은 박 후보가 공공 정보를 바탕으로 대외활동 영역이 검증받는 데 비해, 나 후보는 주로 과거에 사적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로부터 쏟아진 제보와 폭로를 통해 사생활에 대한 의혹이 집중 불거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나 후보의 전직 보좌관이 나 후보가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사적인 대화 내용 폭로, 나 후보의 법률사무소 전직 직원의 제보 등이 잇따르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는 반(反)한나라당 세력을 집결시키고 이번 선거 프레임을 이명박 정권 및 한나라당 심판 구도로 재편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