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국내·중국서 반도체 제조
관세 적용 범위따라 부담 눈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반도체 분야 관세 도입이 “아주 곧(very soon)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초긴장하고 있다. 국내와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두 회사는 눈앞에 닥친 관세 태풍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고한 대로 수입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 분야에도 품목 관세를 매기면 한국의 대미 수출 1·2위 품목이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4일 한국무역협회가 미국 상무부·백악관 등의 자료를 종합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수출액 상위 20개 품목 중 메모리모듈(3위)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6위)의 수출액은 각각 69억9518만 달러(약 10조2500억 원), 52억7951만 달러(7조7300억 원)로 집계됐다. 두 품목의 전년 대비 수출액 증가율은 각각 81.2%, 149.6%로 높았는데 반도체 분야 관세가 도입될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반도체의 대미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홍콩(18.4%)·대만(15.2%) 등보다 비교적 적지만, 주로 국내와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어 관세 적용 범위와 기준에 따라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최소 25% 이상이라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 등 다른 품목에 비해 관세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보조금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면서 미국 상무부로부터 보조금 47억4500만 달러를 받기로 계약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최종 조립) 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데 상무부가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분야 관세 도입도 검토하기로 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셀트리온 등 국제 기업들은 미국 현지 완제 의약품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호준·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