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피해 줄일 거점 물색
대응 전략 취약한 中企 초비상
이중관세 우려 車·철강 ‘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공약이 예상보다 더 센 강도로 현실화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일제히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는 상호관세 영향이 큰 베트남·인도 등의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부과율이 낮은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조정하는 방식의 ‘우회 수출’ 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베트남 호찌민·박닌·타이응우옌 등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해 네트워크 장비, TV,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생산 중인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 생산량 확대 전략을 바탕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에는 46%의 상호관세가 부과되는데,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인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 중이다. 또 26%의 부과율이 적용된 인도에서도 수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스리페룸부두르에서 스마트폰·태블릿·냉장고 등의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라 관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거점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공장 등 총 12개 법인과 인도 노이다·푸네에서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을 생산 중인 LG그룹도 현지 가동률을 낮추는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대미 수출은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낮은 경남 창원이나 멕시코(이상 각 25%)에서 대응하는 식이다.

품목별 관세에 더해 상호관세까지 중복 부과 가능성을 우려했던 자동차·철강 업계에선 ‘한숨 돌렸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자동차 25% 관세가 부과되면서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내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투자증권은 관세 적용 시 현대차·기아가 떠안는 부담액이 지난해 영업이익의 35%가량인 연간 약 9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데이에서 “관세 발표를 봤고 그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에서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지난해 149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한 수출 중소기업 관계자는 “새벽부터 미국 관세 발표를 지켜봤다”면서 “지난해 매출 절반이 북미 수출 물량이었는데, 수출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성훈·장석범·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