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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증시 ‘트럼프 패닉’

아시아에 생산 의존하는 애플
9.2% 하락… 5년만에 최대폭
아마존 8.9%·엔비디아 7.8%
전문가 “세계 경제도 침체 우려”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신병남 기자

각국과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에 미국 주식시장은 코로나19 때 이어 5년 만에 패닉에 빠졌다. 3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약 3조1000억 달러(약 4500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M7) 7종목의 주가도 모두 폭락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로 급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98% 하락했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4.84% 떨어진 5396.52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낙폭이 가장 커 전장보다 무려 5.97% 떨어졌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2020년 6월 이후, 나스닥 종합지수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가 ‘코로나19 패닉’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트럼프 패닉’에 빠진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를 발표하며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자찬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우존스 마켓데이터를 인용, 이날 3조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부품이나 원료를 수입해 상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대형 기술주도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매그니피센트7 중 아이폰 등 주요 기기의 생산을 주로 중국 등 아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애플의 낙폭은 무려 9.25%에 달했다. 주가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낙폭도 2020년 5월 이후 최대였다. 엔비디아 7.81%, 마이크로소프트 2.36%, 알파벳(구글 모기업) 4.02%, 테슬라 5.47%, 아마존 8.98%, 메타(페이스북 모기업) 8.96% 등 나머지 대형 기술주도 모두 놀라운 낙폭으로 하락했다.

경기 침체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JP모건의 노라 센티바니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정책이 지속되면 미국과 세계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마이클 페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관세가 올해 인플레이션을 1.5%포인트 올릴 수 있는 반면 개인소득과 소비지출을 억누를 수 있다며 “이 효과만으로도 미국 경제를 위험할 정도로 침체에 가까워지게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UBS의 조너선 핑글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상호관세 발표 이전에 이미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화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며 상호관세 여파로 기술적 침체(2개 분기 연속 역성장)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증시의 ‘패닉셀’(공포 매도)에도 국내 증시는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상호관세 여파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다 팔고 있고 이를 개인투자자와 기관들이 받아내고 있다. 4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46%(36.21포인트) 하락한 2450.49로 출발해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2481.37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6254억 원 순매도 중이며, 기관과 개인 투자자는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상호관세 발표 후 2일 차에 접어들며 충격파가 일부 완화됐다는 평가와 국내 증시가 이미 저점에 있어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