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수사 공조 혼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에 한 경찰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 尹체포영장 집행 일임 ‘마찰’

공수처, 경찰과 사전협의 없이
체포영장 집행 일임 공문 발송
경찰, 불만 목소리 점차 확산

‘무리한 수사권 조정 탓’ 지적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한인 6일 영장 집행을 이날 재차 시도하는 대신 영장 시한을 연장하고 집행을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긴다고 밝혔다. 내란죄 수사권 논란 속에 영장 집행을 위한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이 사전협의 없는 영장 집행 떠넘기기에 반발하고 있어 자칫 향후 공수처와의 공조수사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법조계에서는 앞서 야권이 무리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 수사권을 검찰이나 공수처를 배제하고 경찰에만 부여한 후과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오후 9시쯤 국수본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했다”며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절차 진행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체포영장의) 연장을 법원에 신청할 생각”이라며 “얼마나 필요할지는 국수본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체포영장 집행을 국수본에 일임하는 과정에서 국수본과 사전 협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영장 기한 만료 직전 국수본에 일임하는 것이 ‘떠넘기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차장은 “1차 땐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공수처 수사관 인력은 총 50여 명으로, 실제 집행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은 30여 명에 불과하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했던 지난 3일 공수처 검사·수사관 30여 명, 경찰 특별수사단 80여 명의 인원을 투입했지만 경호처 인력 200여 명을 뚫어내지 못하고 5시간 만에 철수했다.

이 차장은 “집행이 늦어지고 걱정과 염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 “신속하게 절차가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사 의지를 밝혔다. 다만 ‘수사 효율성을 위해 검·경에 이첩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지적에 “어느 단계가 되면 이첩에 대해 고려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는 고집을 가지고 독단적으로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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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일방적으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넘긴 데 대해 경찰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날 경찰 특별수사단 지휘부를 면담한 더불어민주당 대표단은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찰은 공수처가 영장 집행 의지가 사실상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경찰은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지휘하든, 사건을 재이첩하든 하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찰 일각에서는 “위법 요소가 있는 영장을 (경찰이 맡아) 집행했다가 자칫 직권남용 소지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수처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집회 참여 시민 간 충돌 우려는 계속 확산한 상황이다.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관저 앞에는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간 충돌이 가시화했다. 공수처의 이번 체포영장 불발 사태로 야권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는 지난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단행하면서 검사가 사건 송치 전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내용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번 영장 집행에서 사실상 경찰을 지휘하면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영장 집행 전문성, 현장 지휘 체계의 통일성을 고려할 때 경찰 국수본에 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공수처가 발을 빼겠다고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수한·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