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영장집행 의지 없어”

전문가 “수사권 없는 경찰
집행땐 불법체포 우려 있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다’는 공문을 받은 경찰이 6일 “공수처가 집행을 지휘하든, 사건을 재이첩 하든지 하라”며 반발했다. 공수처가 6일 끝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기한을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양 기관 간 협의 없이 영장 집행을 일방적으로 넘겨받은 경찰이 곧바로 집행에 돌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은 “경찰은 공수처 공문에 법적 결함이 있어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특수단은 5일 공수처가 보낸 ‘체포영장 집행 일임’ 공문에 대해 “법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수처가 보낸 공문엔 체포영장 기한을 연장해 줄 테니, 경찰이 집행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는 이날 중 법원에 체포영장 연장을 신청해 집행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3일 공수처와 경찰 등은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찾아 윤 대통령에 대해 처음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막아서면서 불발에 그쳤다. 다만 당시엔 공수처가 기본적으로 영장을 집행하는 주체였고, 경찰은 형사 인력을 보내 지원했다.

당시 경찰은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했으나, 공수처 측이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을 체포할 경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데려와 조사실에서 조사를 벌인 뒤 서울구치소에 구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0여 쪽 분량의 질문지를 비롯해 영상조사실, 휴게실 등의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논리로 체포를 거부하고 있는데, 사건 자체를 다시 경찰로 보내는 게 아니라 집행만 맡긴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논란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안에선 “공수처와 경찰은 지휘가 아닌 협조 관계”라며 “수사권은 그대로 갖고 집행만 해 달라는 것이 맞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 역시 SNS에서 “공수처가 경찰 체포 집행을 지원받으려면 공수처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며 “경찰의 윤석열 체포 집행은 불법 체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3일 영장 집행 당시 자신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찰 관저 투입’ 요청을 거부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항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추가 집행 시 경호처 대응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절차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