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과 함께 의원직을 상실한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헌재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지만 법원에서 인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체계상 본안에서 인용 또는 기각을 다투기 전 소송요건이 성립되지 않아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통진당 인사들이 제기하는 소송은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할 때 제기하는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행정청이 아닌 헌재는 소송 대상이 될 수 없고, 집행을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피고로 선정될 수는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정당법 등에 근거해 헌재의 결정에 따라 통진당 해산과 의원직 상실을 단순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피고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행정 소송의 대상이 되는 법률 체계 역시 모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진당 측은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 원칙은 현행 헌법에 규정돼 있다”며 헌법을 근거로 들었다. 또 헌법재판소법, 공직선거법 등에도 의원직 상실을 명문화한 규정은 없다는 논리다. 우선 서울행정법원은 법률에 위배된 부당한 처분을 따질 수 있지만 헌법은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 헌재가 선거법을 해석해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기 때문에 통진당 측이 선거법에 따른 법 집행이 잘못됐다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선거법을 대상으로 한다면 소송 과정에서 관련법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명문화되지 않은 법률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사례가 없는 데다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를 판단하는 주체가 다시 헌재가 되기 때문에 구조상 본안소송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