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5조 적용 범위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경찰이 통진당의 강령·이념 등에 부합되는 ‘구체적 발언’이 집회·시위에서 나올 경우 해당 집회를 해산하고, 관련자를 엄중 처벌키로 했다. 집시법 5조 1항은 ‘헌재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2일 “헌재 결정을 단순 비난하는 수준을 넘어 통진당 강령·이념에 부합하는 발언을 한 집회·시위 참여자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집회·시위 현장에서 즉시 해산조치하기보다는, 사후 처리할 계획”이라며 “물론 친북적인 발언이 직접적으로 집회 시위 현장에 등장하면 즉시 대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종합적으로 살펴 사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19일 헌재의 해산 선고 이후 통진당이 주최하는 모든 집회는 불법으로 간주할 방침이다. 또 같은 조 2항에서는 이런 이유로 금지된 집회·시위를 선전·선동해서도 안 된다는 규정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경찰은 그간 해당 법 조항 적용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법에서 규정한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라는 의미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당 조항은 집시법이 제정됐을 당시인 1962년부터 있었는데 그동안 적용된 전례가 없다는 점도 경찰의 고민을 깊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가 지난 19~20일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등에서 열린 집회에서 “헌재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여는 참극을 봐야 했다” “어제 통진당은 독재정권에 의해 해산당했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 나갔지만 곧바로 연행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헌재 결정을 단순 비난하는 집회·시위에서의 발언만을 문제 삼아 곧바로 처벌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으나 통진당과의 관련성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