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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 세계일보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8명이 법률대리인만 고소인 자격 조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당초 방침에서 직접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으로 입장을 바꾼 경위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청와대 관계자는 대리인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11월 28일 세계일보의 보도 직후 곧바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으며 직접 검찰에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난 1일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손교명 변호사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어 (직접 출석할 경우) 불필요한 의혹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대리인이 대표로 고소인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손 변호사는 이날 오후 늦게 검찰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대리인 조사에서 청와대 인사 중 향후 누가 조사를 받으러 나올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리인 조사 때까지도 청와대 인사들이 고소인 조사에 출석하지 않을 의사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고소인 가운데 ‘핵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이외 5명은 이번 사건에서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고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5명은 청와대로 오기 전부터 정 씨와 일면식도 없어 검찰에 출석할 필요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일 조응천(사진) 전 비서관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정윤회 씨 전화를 받으라’고 했다”, “유출된 문건 내용의 60%는 사실”이라는 등의 내용을 폭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문건의 내용은 명백한 허위”라고 밝힌 가운데, 조 전 비서관이 “문건의 내용은사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정윤회 씨와 연락을 했다”는 등의 주장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명예훼손 수사의 핵심인 보도내용의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핵심 3인방’의 검찰 소환 조사도 불가피하게 된 데다 청와대가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조 전 비서관의 주장이 사실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청와대 측은 고소인들이 검찰 조사에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