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일부 경찰 개입했지만 복사·유포 朴경정이 주도”

청와대가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박모(48) 경정을 ‘정윤회 동향’ 문건 등을 외부로 유출한 당사자로 지목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박 경정과 상급자였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청와대의 조사 결과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박 경정의 청와대 내부 문서 출력 기록과 관련자 주변 조사 등을 근거로 박 경정을 문서 유출자로 단정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로 유출되는 과정에서 다른 경찰관들이 일부 개입됐지만, 복사와 유포 과정은 모두 박 경정이 주도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관련 근거를 담은 문서 등을 이번 주 중 검찰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건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도 여러 경로를 통해 청와대의 진상조사 내용을 대략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이 문서 유출자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경정이 문서를 도난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박 경정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박 경정은 이후 “문서를 도난당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5월 박 경정이 아닌 제3자를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대통령에게 이미 (박 경정이 문서를 유출했다고) 보고된 것을 뒤집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양측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중구 예장동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과 박 경정 근무처인 도봉경찰서, 박 경정 자택 및 차량에 대해 3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박 경정이 사용한 노트북 2대와 서류, USB 등을 압수했다.

박 경정이 청와대 근무 당시 문서를 도난당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에 대한 현장조사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경정도 4일쯤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정보분실 근무 경찰관, 조 전 비서관과 홍경식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도 차례로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홍 전 수석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도 취했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전격적으로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2년 내곡동 특검팀은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사상 첫 청와대 압수수색은 무산됐다. 청와대는 당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법 조항을 근거로 수색을 거부했다.

김병채·정유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