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큰 댐이 무너진 격 3인은 靑서 빠져 있어야”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당사자들 간의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달음에 따라 여권 내에서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3인방’의 퇴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들 3인방이 정윤회 씨와의 연계설, 인사 전횡설 등에 휘말린 것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은 큰 댐이 무너진 격”이라며 “공개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지만 여당 내에서 ‘3인방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어떤 해명으로도 현 상황을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3인방을 청와대에서 빠져 있게 하거나 최소한 역할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3인방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역할 보류 혹은 배제 같은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여당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청와대 주요 포스트에 이 같은 당과 시중 민심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인사들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폭로성 언론 인터뷰가 3인방 퇴진론에 불을 붙였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최근 10년 넘게 정윤회 씨와 연락한 적이 없다던 이·안 비서관이 최근에도 정 씨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고, 특히 안 비서관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들의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받게 됐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현재는 야당 쪽에서만 3인방을 겨누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이 본격화되면 이런 분위기가 여당으로 확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박 대통령이 이들 3인방의 역할을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르기까지 안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수행팀에서 빠져 있었던 것이나, 박 대통령의 대권 플랜이 가동되면서 정 씨가 공식적인 비서실장 역할을 떼고 야인으로 돌아갔던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안 비서관이 월권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여당 의원들로부터 공격당하자 역할 조정이 이뤄졌었다”며 “3인방의 존재가 국정운영에 계속 부담이 될 경우 과거와 같은 식의 해법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남석·민병기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