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를 낸 세월호가 최근 선미부분 증축으로 무게중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변침(變針·배가 바꾸어 잡은 침로)’ 구간에서 감속을 하지 않아 균형을 잃고 침몰한 것으로 해양경찰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 특히 세월호 선장은 이 같은 운항상 실수를 했을 뿐 아니라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채 탈출해 대형 참사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경은 세월호가 변침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속도를 줄인채 수동 운항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준석(69) 선장 등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17일 해경 관계자는 “세월호가 110도에 이르는 큰 각도로 방향을 틀면서 적재된 컨테이너 화물들이 한쪽으로 쏠리며 순간적으로 배가 중심을 잃은 것이 침몰 사고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45분쯤 전남 진도군 관매도 부근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변침 구간을 통과하다 적재된 컨테이너 박스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중심을 잃었다. 일부 생존자들의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는 증언은 컨테이너 박스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난 소리인 것으로 해경은 파악하고 있다.

이 충격으로 인해 세월호의 조향장치가 고장났고, 배는 걷잡을 수 없이 침몰하게 된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암초에 의한 침몰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현재 변침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 등의 운항 미숙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경은 또 일부 승무원들이 “이 선장이 사고 당시 조타실에 없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경은 선원들 간 진술이 엇갈리고, 이 선장이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고 있어 대질 심문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목포한국병원에 입원 중인 조타수 박모(61) 씨도 “(세월호 침몰은) 선미부분 증축으로 선박 무게중심이 높아진데다 항로 변경과정에서 선박 과잉 회전으로 각도 조절에 실패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선박 측면침수가 발생하고 대형 트럭과 컨테이너 등 화물들까지 한쪽으로 쏠려 배가 뒤집어진 것이지 암초 충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선장 이 씨는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승객들에게 대피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먼저 탈출을 시도해 16일 오전 9시 50분쯤 구조됐고 승객들은 20여 분이 지난 10시 15분쯤에야 바다로 탈출하라는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경은 이번 침몰 사고를 사실상 ‘인재’로 규정하고, 선장 및 승무원들에 대해 위법 사실이 있는지 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도 =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