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학생·교사 사망 7명, 실종 245명의 피해를 본 경기 안산시 단원고가 제주도 수학여행 출발 전에 사고 예방 및 대응을 위해 학생들에게 배, 항공기, 차량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등 경기도교육청 수학여행 운영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인솔교사들은 운영 규정상 여행사 계약 전과 수학여행 출발 전에 2차례 배편과 현지 사전답사를 실시해 경로와 시간 등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함에도 항공편만을 이용해 한 차례만 현지답사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 교수학습지원과는 지난해 사설 해병캠프에 참가한 공주사대부고 학생 198명 가운데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120페이지 분량의 ‘수학여행·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 지침(매뉴얼)’을 만들어 지난 3월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다.

이 지침의 제2장(교통안전), 4장(운영하기), 6장(응급처치)에는 출발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송시설에 대한 안전사고 예방교육은 물론 안전사고 발생시 비상탈출방법과 응급처치요령 등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이동할 때마다 공항, 터미널, 여객선 선상에서 안전교육과 생활지도를 하도록 명기돼 있다.

특히 해상 조난시 연락방법과 화재·수해·차량전복 사고시 비상탈출방법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여행 출발 하루 전인 14일 오전 2학년 학생 325명을 대상으로 30분 동안 제주도 현지답사 일정을 안내하고 질서 준수 등의 주의사항만을 전달했다. 안전사고 예방이나 비상시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교육은 전혀 없었다.

안산 모 병원에 입원 중인 2학년 김모(17) 군은 “학년주임 선생님이 떠나기 전날 여행 코스 등에 대한 안내와 간단한 주의사항들을 말해 줬는데 그것은 대부분 여행에 관한 내용으로 안전교육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모(17) 양도 “여행일정 안내, 숙소 등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배가 물에 빠졌을 때 등 행동해야 할 전문적인 인명구조에 대한 안전교육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지도교사는 3월 20일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여객선을 이용하지 않고 왕복 항공편을 이용해 사전답사를 다녀온 뒤 답사보고서를 형식적으로 작성해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학교 운영위원들은 배편을 이용한 수학여행을 반대했으나 학교 측이 학생의 여객선 선호와 경비 절약 등을 이유로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 = 오명근·송동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