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열변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규제 혁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오후 2시부터 9시 5분까지 7시간가량 진행됐으며 TV로 생중계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규제 개혁과 관련해 공직사회를 겨냥한 박근혜 대통령의 잇단 강공(强攻) 발언에 공직사회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보신 공무원’을 언급하며 “보신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처와 공무원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몰아붙이자 공무원들이 몸을 바짝 낮추며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료사회가 규제 개혁을 가로막는 ‘제1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사정의 칼날이 오는 게 아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1일 정부 부처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TV 등을 통해 지켜본 일선 공무원들은 “규제 개혁이 일과성 이슈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늘 집권 초 규제 개혁이 화두로 올랐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대통령의 발언을 보니 이번에는 솔직히 ‘장난’이 아닐 것 같다”며 “모두들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규제 혁파를 위해선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변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며 “감사원까지 나선다고 하니 앞으로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바탕 소나기’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모 부처의 공무원은 “대통령의 ‘보신공무원 책임’ 언급은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다”며 “이번 정부에서만 특별히 나온 게 아니라 정부 초기, 개혁 초기에 드라이브를 걸 때면 항상 ‘소극적 공무원, 복지부동 공무원을 엄벌하겠다’는 등의 유사한 내용들이 언급됐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비(非)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사실 어제 언급된 규제 1만5000건 가운데 1만1000건은 경제 관련 부처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그쪽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해 나머지 4000건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앞으로 공무원 평가시스템을 전면 손질해 규제 개혁에 적극 나서는 공무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함에 따라 각 부처의 평가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공직사회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인사 문제”라며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에서도 공직자들의 자세 변화 없이는 획기적인 규제 철폐가 요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에서 민간기업을 시시콜콜 간섭하고, 공장 한 개 짓는 데에도 수백 개의 도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경제 활성화도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법은 시행령에, 시행령은 시행규칙에 구체적인 이행지침을 위임하다 보니 공무원의 재량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합목적적인 요구라면 관례를 먼저 따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직사회가 긴장했다지만 공무원 조직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마련”이라며 “장관회의를 통해 문제점을 인식한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행이고, 이번에 논의된 사항이 일선에서 ‘도장’을 찍는 공무원에게까지 전달돼 그들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양수·한강우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