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만들어내는 관료사회의 ‘본능’을 깨고 규제 개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전시성 규제 철폐보다 강력한 지도력 하에 ‘일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규제 개혁 작업이 이 같은 의지를 갖고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이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관료사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다.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한국규제학회가 21일 공동 주최한 ‘경제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 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규제 개혁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일제 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히 규제 몇 건 없애는 식의 ‘총량 규제’ 철폐에 그친다면 박근혜정부의 규제 개혁 작업도 결국 ‘일과성 개혁’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포괄적·지속적인 ‘시스템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규제 일괄 정비 등 정부 주도의 강력한 개혁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는 특정 행정목적 실현을 위해 도입되는 점을 감안해 ‘규제가 필요한가’보다는 ‘목적 달성에 적합한가’라는 관점으로 규제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현 부의장의 주장이다.

김종석(경제학) 홍익대 교수는 규제 개혁을 위한 ‘5대 방안’을 제시했다. 규제 개혁 초점을 ‘규제 총량’이 아닌 ‘규제 품질’에 맞추도록 하고, 한시적으로 시간을 정해 규제를 일제 정비하는 ‘규제 기요틴(단두대)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 새로 생겨나거나 강화되는 규제에 대한 정확한 영향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여기에 규제 개혁 성과를 미리 설정해 달성에 장애가 되는 모든 규제와 정책수단을 일괄 처리하는 ‘성과 지향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과 규제개혁위원회가 각 부처에 대해 강력한 억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높여야 한다는 점도 방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규제 개혁의 체감도가 낮다거나, 기업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고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대통령)임기중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총량 규제에 초점을 맞춘 일과성 규제 개혁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태윤(행정학) 한양대 교수는 수도권 규제와 관련해 “균형발전을 유지하면서 수도권 활력을 배가할 수 있도록 회사별·공장별·지역별로 특색 있는 정책 아이디어와 대국민 설득을 추진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은행 계좌이동제 등 영업 및 진입규제 같은 숨은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만,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금융사 건전성 규제나 소비자 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 규제 등은 오히려 더욱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