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오후 7시간 여에 걸쳐 진행된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쏟아진 수많은 건의에 상당수 조속한 해결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참석한 무게감 때문인지 ‘즉석 해결’된 손톱밑 가시 규제도 꽤 있었다. 특히 녹지를 공장용지로 바꿀 경우 과중한 중복부담금 부과 문제는 박 대통령이 “대체녹지조성비용, 부담금 등의 중첩 규제는 사전에 애로를 파악하고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련법을 조속히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에게 대표적인 손톱밑 가시 90여 개에 대해 “빨리빨리 해결하라”고 속도전을 주문했다. 식품위생법·자동차관리법의 규제 때문에 금지된 일반트럭의 푸드트럭 개조 역시 토론 현장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1톤 화물차의 개조는 서민 생계와도 연관돼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약속하면서 신속하게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부처 간 의견이 충돌해 ‘해결 과제’로 남은 규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역시 박 대통령이 “규제 개혁 저항이나 미온적 태도는 큰 죄악”이라며 적극적 해법 도출을 주문했다. 관광호텔 건립과 관련, “학교보건법상 유해시설로 규정돼있다”는 점을 호소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교육환경을 위해 규제가 꼭 필요한 곳도 있다”고 맞선 상황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이같이 당부했다. 전자상거래 결제를 위한 ‘액티브X’ 프로그램 및 공인인증서 폐지 등을 위한 법개정 작업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부 규제의 혁파 문제는 아직 유동적인 상황으로 남아 있다. 환경 관련 규제들의 향배는 유동적이다. 사안에 따라 정밀하게 검토한 뒤 규제 폐지나 완화 등을 검토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화학물질관리법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12년 경북 구미 불산사고 이후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제정된 법으로 화학사고를 낸 기업에 매출액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도한 이중징벌이라는 의견과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반론이 맞서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