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강도 높은 규제 혁파 의지를 천명한 데 맞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박 대통령은 21일에도 전날 규제 개혁 토론회의 결과를 조속한 시일 내에 현실화하는 게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날 당·정·청이 예정에 없는 회의를 통해 본격적인 후속 조치를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만드는 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규제 개혁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사안을 일일이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우선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기초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밝혔다. 개혁 가능·불가능 규제의 선별작업, 단기와 중장기 과제의 구분, 부처간 협업을 통한 시스템적인 규제 개혁 방안 작업이 진행된다는 의미다. 민 대변인은 “이런 것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분석하고 분류하는 작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일선 정부 부처는 규제 개혁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키로 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외국인들의 한국 쇼핑몰 이용을 방해하는 공인인증서 규제와 관련해 당장 전자금융거래법 감독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해외에서도 국내 사이트에 접속해 인터넷 쇼핑을 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전자상거래를 할 때 30만 원 이상 카드 결제시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는데, 이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는 법 개정 사안이 아니어서 국회에서 법 개정 작업보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르면 상반기 중 일명 ‘천송이 코트’를 중국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지적된 인증제도 중복 문제와 관련해 연내 국가표준기본법을 개정해 중복 인증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26일 1381 콜센터 서비스 개통과 4월 중순 인증 관련 포털사이트 구축을 통해 정보 제공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오는 24일 규제개선 TF를 가동할 예정으로 여기에는 각종 규제를 담당하는 과장급을 포함해 민간 전문가들도 포함할 계획이다.

교육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 사회 관련 부처들도 본격적인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사회부처의 특성상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보다는 청소년·여성·근로자 등 현장 시민들의 의견을 파악해 생활 규제에 대한 실태 조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부처별로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의견이나 숨겨진 규제에 대해 내부 정리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후 개선을 위해 별도의 전담 조직 구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안전행정부도 여러 분야가 해당되는 복합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복합민원만 처리할 수 있는 전담부서를 신설한다. 또 부처 내 심의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이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자주 모이기 힘들어 위원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풀 위원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필요할 때마다 민간위원들이 꼭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다. 법령·규정 등의 등록규제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규제인 ‘숨어 있는 규제’에 대한 정비 방침을 밝힌 금융위원회는 정찬우 부위원장과 박대근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공동팀장으로 하는 ‘금융서비스업 발전 TF’를 통해 신속하게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세영·박민철·이용권 기자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