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참여폭을 대폭 확대해 열린 20일 ‘끝장 토론’은 최근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규제 개혁의 결정판이었다. 저녁도 거른 채 7시간여에 걸쳐 열린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를 통해 박 대통령은 규제 개혁과 관련,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히 움켜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규제 개혁이 민생과 직결됨을 생생한 현장과 민간의 목소리를 통해 알림으로써 정책 효과도 클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자연스레 정국의 주도권이 박 대통령에게 옮아가며 국정지지도 상승과 ‘6·4 지방선거’ 지원 효과도 덤으로 얻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단체 대표부터 갈빗집 사장까지 60여 명의 민간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경험한 ‘규제의 폐해’를 생생하게 전했다. 박 대통령은 하나하나 귀담아 듣고 그 자리에서 장관들을 질타하는 모습을 보이며 규제 개혁에 관한 정부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 같은 장면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며 국민들에게 자연스레 국정 운영의 방향성이 전달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민들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것과 같다는 박 대통령의 지론이 잘 드러난 회의였다”며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된 자리”라고 평가했다.

회의에 대해 여론이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자 여권에서는 자연스레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상승은 규제 개혁의 모멘텀으로 작동해 정책이 실제 성과를 올리는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규제 개혁이 자연스레 민간에 잠재된 성장 동력을 극대화시켜 경제활성화로 이어지는 것도 청와대가 기대하는 바다. 새누리당에서는 이한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박근혜정부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규제개혁분과는 김광림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21일 오후에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유일호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김동연 총리실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하는 실무급 당·정·청 회동을 갖고 불필요한 규제를 뿌리 뽑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끝장 토론을 통해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한 것은 지방선거에서도 여권에 유리하게 작동할 전망이다. 야권에서 ‘돈 안드는 선거운동’이라고 푸념할 정도다. 한 재선 의원은 “‘개혁’이라는 화두는 어떻게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규제 개혁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지방선거에서 박근혜정부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여권의 논리가 먹힐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