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의 대다수 한국·중국·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일환에서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한 조치로 바라보면서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출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과거 한반도와 동아시아 점령에 나섰던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를 간과한 시각이라는 지적도 있어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스팀슨센터의 중국전문가인 앨런 롬버그 연구원은 “일본군이 한국 정부의 승인 없이 한반도에 진입하는 경우를 전혀 상상하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같은 상황은 21세기에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집단적 자위권 확보는 일본이 역내 동맹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있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든다”고 강조했다. 헤리티지재단의 월터 로먼 아시아연구센터 국장은 “자위대의 한반도 파견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면서 “대만 등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이 같은 집단적 자위권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아시아 전문가인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집단적 자위권은 미·일 동맹 내에서 미 해군 함정 등을 공격하는 제3자에 대항해 일본이 행동을 취하도록 헌법을 재해석하자는 것”이라며 “한국에 파병된 주한미군 지원과는 기본적으로 무관하고 미국이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에 보낼 권한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일본 헌법대로라면 미국은 일본을 방어할 의무가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불가능해 기본적으로 비대칭적”이라고 덧붙였다.

실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일본 자위대가 서울에 진입하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비전투 병력의 소개, 즉 일본 시민들을 무력충돌 현장에서 긴급 피란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같은 경우에도 한국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야나이 보고서’에 따르면 집단적 자위권 추진은 명백하게 방어적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주변국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면서 “한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협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난해 한·일 정보보호협정 무산과 같이 워싱턴에는 상당히 곤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나이 보고서는 2008년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전 주미일본대사가 작성한 집단적 자위권 추진과 관련된 시나리오다.

하지만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한반도 유사시에는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일본이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에 배치된 군대와 장비로는 미국의 확실한 도움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