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무기공급·수송 등 동맹국에 대한 후방 지원에 국한하고, 한반도 영토 진입 시 무력행사는 인정하지 않으며, 비(非)무력 행사라도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한·미·일 3각 공조 차원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일부 불가피하지만, 주권 사항인 영해·영토·영공 진입은 한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일본이 내년 3월 예산국회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미 간 협의 결과와 함께 한국측 입장이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일본의 한반도를 포함한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를 용인하는 개념은 미국의 어떤 각본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해외 평화유지군(PKF) 파병과 해외주둔 미군에 대한 군수물자 지원 등 2가지”라면서 “미·일 동맹 맥락 내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게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방미 중이던 지난 25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 및 한국의 주권과 관련된다면 우리의 동의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일본 자위대가 우리 주권에 해당하는 영해·영토·영공에 진입할 경우에는 사전승인이 필요하다는 대원칙 아래 구체적 사례에 대한 허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미국도 2000년과 2007년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이 작성한 1·2차 ‘아미티지 보고서’에서 제안한 일본 자위대의 해외주둔 미군에 대한 무기공급·수송 등 준군사적 후방지원과 PKF 파병(자체방어) 등을 기준선으로 허용 범위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는 ▲한반도 유사 시 자위대의 기뢰 제거 ▲주일미군 한반도 전개에 따른 급유 ▲미국을 공격하는 미사일 격침 등과 같은 사례에서 일본의 한국 주권지역 진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