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중인 가운데 육상자위대 간부후보생학교 학생들이 아시아지역 주요 전투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어 일본이 아시아지역 전체를 전략전술 대상지로 보고 훈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들 학생은 한국군과 미군, 북한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6·25전쟁 당시 다부동전투뿐만 아니라 동남아지역 등의 주요 전투에 대해 집중 분석하고 일부는 전술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육군사관학교와 다부동전적기념관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육상자위대 간부후보생학교 학생 300여 명은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을 찾아 과거 한국군과 미군, 북한군의 주요 전술지였던 다부동전투지역에 대한 전술훈련을 진행했다.

이들은 전적기념관에서 자위대 교관으로부터 다부동전투에 대해 소개받고 이 전투의 중심지였던 유학산(해발 839m) 일대 상황을 그린 작전도를 토대로 전술교육을 받았다.

당시 교관 2명은 유학산을 군용 위성항법장치(GPS)와 나침반 등을 동원해 세밀히 조사하는 등 답사한 뒤 작전도와 지형을 비교한 차트를 만들어 이들을 상대로 전투 상황을 교육했다.

다부동전투는 당시 백선엽 장군이 이끈 한국군 1사단은 방어했지만 미군은 실패해 한국군과 미군, 북한군의 과거 전술전략을 모두 분석할 수 있는 주요 전투지역이어서 전술훈련장으로 채택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양규 영남대(군사학)교수는 “육상자위대 간부후보 학생들은 팀을 구성해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지역 곳곳의 전사(戰史)지역도 매년 번갈아가며 답사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일본군의 과거 전쟁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주요 전쟁에 대해 세밀하게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맺은 한·일 군사교류협력회의에 따라 임관을 앞두고 7년째 한국의 전사지역 답사를 위해 방문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돌연 프로그램을 변경해 이곳에서 이같이 치밀한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강연을 듣고 참배 및 관람을 했으나 지난해 육상자위대 간부후보생학교장이 바뀌면서 강연을 없애고 프로그램도 바꾼 뒤 안내인조차 없이 사실상의 실지훈련을 진행했다.

반면 우리나라 육군사관학교는 주로 2학년 학생(160여 명)이 일본을 방문, 방위대학교를 2시간 정도 견학하고 일본 내 우리나라 유적지를 관람하고 있어 일본의 행태와는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 일본 대사관 측은 “육상자위대 간부후보생학교 학생들이 다른 국가 전사지역에 방문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6·25전쟁에 참전한 한 용사는 “다부동전투는 세계적인 전투이기 때문에 일본 학생들이 익히는 데 대해 그다지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아베 총리 집권 후 공공연히 자위대를 증강하겠다고 밝힌 이후 전술훈련까지 실시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일본이 우경화 속에 집단적 자위권 확대 차원에서 이같이 전술교육과 전사연구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칠곡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