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을 정치 논리로 평가하고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국정감사의 본질이 아니다.”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한 것을 두고 ‘기업감사’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인들의 국감 출석이 기업 이미지 실추 등 부작용이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고 효율성 있는 증인 채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1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감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데 행정부가 견제·감시하는 민간 기업들까지 의회가 직접 나서서 감사하겠다고 열을 올리는 것은 국감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어떤 사태의 원인과 상황을 파악하려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자 복직 등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갖고 이를 관철하고 압박하기 위해 출석토록 요구하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기업인을 불러놓고 제대로 질문도 하지 않고 대기하도록 하거나 고작 몇 마디 묻는 데 그치는 것을 보면 증인 채택의 필요성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라며 “특히 기업인들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 자체가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증인을 채택할 때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기업인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민간인 증인 채택인 수는 144명, 이 가운데 80명이 기업인이나 경제단체 임직원이었던 반면, 올해 국감에서는 274명의 민간인 가운데 196명이 기업인이나 경제단체 임직원이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최근 논평을 내 “의원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위해 증인 채택을 이용하고 있다”며 “기업인들을 정치논리로 평가하고 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국정감사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저의를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