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정감사에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불러 무소불위의 과잉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헌법에서 ‘사영기업의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126조)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기업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입법권도 남용되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벌써 6500건에 육박하며 18대 국회 4년 동안 의원 발의 법안 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올해 결산 심사가 정기국회 개회 이전까지 이뤄지지 않는 등 국회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 구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에는 19명의 기업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기업 국감을 방불케 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까지 합치면 40명가량의 기업인이 국감에 출석했다. 특히 산업위에서는 출석한 허인철 이마트 대표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문은 최대 5분을 넘지 못했고, 증인들에게 제대로 답변할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

이 같은 국회의 행태는 사실상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헌법 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 남용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6일 현재 19대 국회 들어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6484건에 달한다. 이는 전체 발의 법률안(6928건)의 93.6%나 되는 것으로, 벌써 18대 국회 전체 의원 발의 법안 1만2220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본회의를 통과된 법안은 491건으로, 가결률은 겨우 7.6%에 불과하다. 16대 27.0%, 17대 21.2%, 18대 13.6%에 비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훨씬 낮아진 것이다. 아직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만 5243건에 달한다. 법안의 과잉 발의는 결국 기업 등의 규제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등록규제 수는 2008년 5186건에서 2009년 1만1050건, 2010년 1만2120건, 2011년 1만3147건, 2012년 1만3914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윤성이(정치외교학) 경희대 교수는 “규제입법의 경우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고 이를 조정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사실상 그런 과정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규제를 남발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예산안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연속 법정처리시한 12월 2일을 넘겼다. 올해 역시 결산 심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데다 국가정보원 개혁 등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아 법정처리시한을 준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개원 지연도 국회가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국회법은 임기 개시 뒤 7일 안에 첫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회는 첫 본회의부터 3일 안에 마쳐야 한다. 하지만 19대 국회는 지난해 7월 2일에 개원식을 열어 33일 만에 지각 개원했다.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의원들의 과잉 권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매년 예산 심사 및 국감을 앞두고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의원들의 변칙적인 후원금 모금이자, 권력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조성진·윤정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