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여야 정치권의 과잉 권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국정감사 자체는 초반부터 ‘3무(無)·3유(有)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년과 달리 이번 국감에서는 ‘국회의원발(發) 대형 이슈’가 없고, ‘깊이 있는 분석’이 없으며, ‘대안을 내놓는 사례도 크게 줄었다’는 게 ‘3무론’의 요체다. 과잉 권력을 행사하는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셈이다.

반면 올 한 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국가정보원 댓글 논란 등 국민들이 싫증을 느낄 만한 이슈가 재탕삼탕으로 거론되고, 해답 없는 정쟁이 판치며, 힘없는 증인을 향한 호통이 이어진다는 ‘3유론’도 이번 국감의 중간평가로서 제기되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장기 장외투쟁에 따른 여파로 국감 일정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대다수 국회의원실로부터 국감 준비 부족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실제 올해 국감에선 소위 히트작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매년 국감장에서는 쌀소득보전직접지불금 부당수령 의혹 등 초대형 고발 사건들과 국가부채 증가 등 국감 기간 내내 여론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새로운 시사적 이슈들이 여러 건 튀어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주요 언론 매체에서 국감 뉴스가 크게 줄어들고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의원들의 준비 부족 문제와 함께 전문성 부족 현상도 꼬집고 있다. 실제 국감 질의의 깊이가 얕고 다수 국회의원들은 대안 없는 비판만 남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함께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국감은 ‘도돌이표’ 국감이라는 악평도 받고 있다. 현재 복수의 상임위원회에선 국정원 댓글 논란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및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사초 폐기 의혹 등이 또다시 다뤄지고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팩트가 부각되지도 않는 상황이다.

결국 대안 제시, 정책 질의 등 국감 본연의 임무에는 소홀한 채 여야가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상임위에서는 증인에 대한 호통성 질의가 이어지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방위원회 국감에선 진성준(민주당) 의원이 옥도경 국군사이버사령관을 거세게 몰아붙이자 송영근(새누리당) 의원이 “증인석에 있지만 (증인에게) 예의를 갖춰 달라”고 만류하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