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전반에 대해 감사하는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불과 3일만에 당초 예상대로 ‘기업감사’로 변질되면서 ‘국감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정 기간을 정해 실시하고 있는 국감제도 자체를 ‘상시국감’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용호(정치학) 인하대 교수는 16일 “16개 상임위원회 당 피감기관이 40개에 이르고, 마구잡이 증인채택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국감이 진행되는 14일간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겠느냐”면서 “수박 겉핥기식에 국회의원이 저 할 말만 하는 이런 국감이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오래전부터 상시국감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국회의원들은 업무 부담이 커지고 선거구 관리에 소홀해질까 우려해 반대해 왔다”면서“이번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국정감사권은 1987년 개헌으로 1988년 정기국회에서 16년 만에 부활됐다. 올해로 25년째 국감이 실시되고 있지만 ‘정쟁과 호통 국감’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올해도 국감 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사기간 제한과 피감기관 과다에 따른 ‘부실국감’, 주요 부처의 업무 차질을 초래하는 ‘행정공백’, 민간인 증인채택에 따른 ‘취지 왜곡’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상시국감’은 국감을 정기국회 기간에만 실시하지 않고, 상임위별로 탄력적으로 상시에 하자는 것이다. 정기국회에 예산안 심사와 법안 심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감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무차별적’인 피감기관·증인 채택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현행법은 국정감사권에 검증·청문회의 개최 권한도 포함하고 있어서 상시국감으로 변경해도 무방할 정도의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법은 효율적인 국감 수행을 위해 서류 제출 요구,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 요구 권한을 부여하고, 누구든지 이에 협조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처벌조항도 만들어져 있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인들을 196명이나 증인으로 불러놓고, 서너 시간 기다리게 하다 답변시간은 채 1분도 안되게 하는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면서 “증인 선정과 채택 절차도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국감의 본래 취지인 정부·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 제도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제도다. 미국, 영국 등은 평상시에 상임위원회별로 청문회를 여는 상시 감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는 ‘국정감사’ 대신 의회 청문회가 있다. 일본도 중의원에서 연중 국감을 실시하고 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