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국정감사를 이유로 기업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불러낸 뒤 호통과 질책을 일삼는 것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국회의원들이 저지르는 ‘갑(甲)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행정부처 공무원이 아닌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국정감사에 불러내는 것 자체가 권한 남용이고,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를 더욱 옥죄는 일이라며 정치권의 자제를 당부했다.

16일 김종석(경제학) 홍익대 경영대학장은 “기업인들을 국정감사에 대거 불러내는 것은 한마디로 국회의 갑질”이라며 “국회의원들이 경제계의 갑을 관계는 심각하게 따지면서 정작 자신들은 가장 나쁜 형태의 갑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 입법권 못지않게 국민의 생존권도 중요하다”며 “기업인의 증언이 필요하다면 기업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먼저 서면질의서를 보내고, 서면답변이 미진할 경우 질의 시간과 내용을 적은 출석 요구서를 보내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호(경제학)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국정감사법상 국정감사의 대상은 행정부와 공공기관인데 여기에 기업인을 부르는 것 자체가 국회의 월권행위”라며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국정감사법을 넘어서는 의회 독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인을 증인이라고 불러놓고 실제로는 재판정의 피고인처럼 다루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오정근(고려대 경제학 교수)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을 점검하는 것이지 기업경영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기업에 필요한 규제는 규제 당국에서 하는 것인데 입법부에서 기업인을 부르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