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까지도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발사대에서 내려 수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12일 오전 발사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술력이 한·미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아침까지 북한의 위성 발사 지역에 대한 위성사진에서 별다른 변동 사항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던 군 당국이 오전 9시 58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소식을 기자들에게 알리면서 크게 당황한 것이 이 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날 오전 미사일을 전격 발사하고 로켓의 잔해들이 당초 예고한 대로 변산반도 서쪽 등에 낙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사일 발사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사일에 밝은 복수의 군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성공 판단은 사전에 계획된 좌표에 따라 정확한 궤적이 이뤄졌는지로 알 수 있다”며 “현재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1단 추진체 잔해가 변산반도 서쪽에 낙하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은하 3호’ 예상 비행경로를 발표하면서 1단 로켓 잔해는 전북 부안(격포항) 서쪽 공해상 140㎞ 지점의 가로 35㎞, 세로 84㎞ 사각형 해역, 2단 로켓 잔해는 필리핀 동쪽 약 136㎞ 지점 해상 가로 100㎞, 세로 302㎞의 사각형 해역에 떨어질 것이라고 고시했다.

오전 11시 현재까지 제주도 서쪽 약 88㎞ 해상의 페어링 낙하 여부가 최종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1단 로켓 잔해가 예상 낙하지점에 떨어진 것은 로켓 전체 추진력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1단 로켓의 단분리는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각 로켓의 단분리 성공은 단분리(연소 종료) 후 3∼5초가 지난 뒤 다음 단계의 로켓이 점화되고, 이후 일정거리를 비행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난 4월 발사한 ‘은하 3호’의 경우 발사 135초 만에 1단이 폭발하면서 수십 조각으로 쪼개져 추락, 1단 분리조차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1998년과 2009년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단분리에 성공하면서 최대사거리의 절반 이상을 비행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의 1단 로켓은 지난 4월 발사한 미사일과 같은 로켓 엔진으로 러시아에서 설계한 ‘SSN6’ 잠수함 발사용 탄도미사일 엔진을 역설계한 것이어서 로켓 설계에 대한 완벽한 기술을 가졌는지 의문을 가졌으나 이 같은 의문도 이번 발사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은하 3호’ 구성은 1단이 무수단 미사일, 2단이 노동B, 3단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이다. 이 때문에 군 전문가들은 동창리 발사대에서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의 3단 로켓 가운데 1단 로켓은 러시아 탄도미사일의 로켓 엔진을 역설계해서 개발한 ‘노동-B’(무수단) 미사일 엔진 4개를 묶은 것이어서 노동-B 미사일 엔진 기술이 불완전할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로켓은 1950년대 개발한 소련의 잠대지 탄도미사일 SSN6가 있는데 그 기술이 노동미사일로 발전했고 그 밑에 스커드B 4개를 묶은 일반로켓을 달아 발사한 것으로 원천기술은 오래된 것이나 북한이 계속 개량해 발전시켰으므로 결코 진부한 기술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