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진보당)의 ‘4·11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과 관련, 검찰이 지난 21일 실시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진보당사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실상 절반의 성공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단순 수치로 본다면 전체 4곳 중 1곳에서만 압수수색에 성공한 만큼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20만 명의 당원 명부와 인터넷 투표관리시스템 등과 관련된 서버를 확보한 만큼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검찰과 진보당 등에 따르면 검찰은 21일 압수수색에서 지난 13년간 입·탈당한 20만 명의 당원 명부와 선거 데이터, 선거관리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 서버 3대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스마일서브 사무실에서 확보했다. 스마일서브는 진보당의 당원 명부를 관리하는 곳인 만큼 검찰은 서버 3대를 압수한 게 향후 수사에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정 정당의 당원 명부가 통째로 검찰에 넘어간 것은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명부에는 당원 개개인의 주소 및 연락처 등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소속단체나 직장 등 예민한 개인 정보들이 포괄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등 진보당 관계자들이 22일 대검찰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 등을 잇달아 만나겠다고 밝힌 것도 당원 명부가 가진 폭발력 때문이다. 검찰은 압수해온 서버 3개에 대한 분석을 이번주 내로 끝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대방동 진보당사와 서울 관악구 봉천동 ㈜엑스인터넷정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실패한 만큼 관련 자료들을 확보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현재 고민하고 있다. 검찰은 진보당사에서는 비례대표 경선 과정과 관련이 있는 보고서, 회의록, 공문, 파일철 등의 자료를 확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엑스인터넷정보는 투표 프로그램 개발 및 관리를 맡는 등 경선을 실제로 운영했던 업체여서 이곳에 있던 자료들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엑스인터넷정보에 있던 비례대표 경선 온라인 투·개표 결과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진보당 당권파가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는 엑스인터넷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실패한 것이 향후 수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투·개표가 진행된 과정을 보기 위해서는 이 하드디스크를 찾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이현미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