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탄핵소추 기각으로 98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면서 중앙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는 중요 사건의 처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명태균 관련 의혹’을 책임지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은 13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명태균 사건은) 제가 직무정지 됐을 때 중앙지검에 이송된 것으로 안다"며 "수사팀과 협의해서 제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성실하게 필요한 일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이 지검장과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검사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제3의 장소에서 출장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며 지난해 12월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수사 과정에 대해 재량이 남용되지 않았다"며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를 조사한 것은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데 경호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지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적절히 수사했는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검찰이 명 씨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면서 공천 개입에 연루됐다고 의심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 소환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여사는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난해 4월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창원지검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명 씨는 지난해 2월 18일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명 씨는 "경선 룰에 ‘당원 50%·시민 50%’인데 김해에는 당원을 한 명도 가입시키지 못해서 김영선 의원이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여사님이 이 부분을 해결해주세요"라고 요청했고, 김 여사는 "단수를 주면 나 역시 좋음. 기본전략은 경선이 되어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세후보들부터 만나서 포섭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18일부터 3월 1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김 여사가 김 전 의원과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명 씨의 진술과 ‘황금폰’에서 나온 통화 경위와 사실관계 등을 따져보기 위해서라도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검찰이 경호와 안전상 문제를 이유로 또다시 출장조사를 하거나 서면조사로 대체할 경우, 특혜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 명 씨와 수 차례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측근 인사 등을 연이어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