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검찰 고소·고발을 사실상 포기했다.

김 의원이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표결처리 과정에 항의해 사상 최초로 ‘최루탄 테러’를 가한 지 1주일째 되는 28일 현재까지 국회사무처도, 한나라당도 김 의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가해자인 김 의원은 전혀 반성없이 각종 반(反) FTA 집회에 참석,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있고, 심지어 청와대 앞에서 1인 피켓시위까지 벌이고 있지만 피해자인 국회와 한나라당은 눈치를 살피면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형국이다. 검찰 고소·고발과 별개로 김 의원의 행위를 입법부가 별도로 징계하는 조치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송광호 한나라당 의원)에 김 의원을 제소한 의원은 전무한 상태다.

국회 본청에 대한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아직 고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가 김 의원의 행위가 국회회의장모욕죄 등 4개 형법과 1개 국회법에 어긋난다는 법적 검토를 마치고도 고소를 미적대는 이유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고소에 부정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핵심관계자는 “박 의장은 김 의원을 고소할 생각이 없다”며 “박 의장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김 의원을 고소할 경우 예산안 처리를 위한 야당의 국회 복귀가 더 어려워진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의원을 보수단체가 검찰에 고발해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굳이 또 고발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사무처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이 김 의원을 고발할 경우, FTA처리에 이어 또 다시 여야가 정면대결하게 될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FTA반대 시위대의 감정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한다.

김 의원에 대한 조치를 놓고 한나라당과 국회 사무처가 서로 ‘폭탄돌리기’를 하는 가운데 국회의 자체 징계 논의도 무산될 전망이다. 3권분립 원칙에 따라 자율성을 가진 입법부가 행정부(검찰)와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자체 징계를 논의하는 것은 기본임에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해 국회의 또 다른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광호 윤리특위 위원장은 전화통화에서 “윤리특위는 의원로서의 품위 손상 등을 다루는데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은 윤리특위 차원을 넘는 범죄행위”라며 “18대 국회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 김 의원이 윤리특위에 회부돼 봤자 실효성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 등을 단독처리할 당시 폭력 사태가 일어났을 때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강기정(민주당)·김성회(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징계안을 제출하고 이들을 형사 고소까지 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김 의원을 옹호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사이버 테러 등을 우려하며 의원들이 아무도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세동·김병채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