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을 추진키로 한 데 대해 경제계는 “민간부문에 대해서도 같은 요구가 쏟아질 경우 기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공공부문은 정부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수 있지만 민간 기업의 인력 운용은 각 회사와 사업장 사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이 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고용마저 탄력성을 잃게 된다면 기업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용 유연성 악화로 경쟁력이 나빠지면 오히려 일자리 창출이 감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 역시 “공공부문은 모르겠지만 민간부문까지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받는다면 고용 유연성이 경직돼 기업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비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할 경우 중소기업들은 과도한 임금 부담 때문에 차라리 고용을 하지 않고 내보내는 식으로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정규직 고용의 유연성 강화 문제를 논의하지 않은채 비정규직 처우 개선만 얘기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며 “근로 형태라는 것은 기업과 근로자 간 자율 계약으로 결정돼야 하는데 지나친 간섭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민병기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