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도심에서 큰 규모의 집회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은 도로 점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의 치안을 책임지는 종로경찰서장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난 지난 26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반대 집회를 비롯해 주요 도시의 주요공간이 주말마다 점령당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주말마다 도심의 주요 광장들을 점거하고 있는 시위는 거의 대부분 불법·폭력시위화하는 경로를 밟고 있다.

가깝게는 미국 월가의 ‘Occupy’ 시위를 본뜬 지난 10월의 ‘반(反)금융’ 시위도 주말에 집중적으로 일어나 시민들에게 엄청난 불편함을 안겨주었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일반 시민 등 600여명(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 1000여명)은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를 구호로 내걸고 여의도 금융감독원, 서울역,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버스 집회 참가자들의 시위도 주로 주말에 일어났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버스 집회 참가자들은 1차부터 5차에 이르기까지 서울과 부산 등지를 오가면서 주말 시민생활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시위가 대부분 불법화·폭력화한다는 점이다. 제 5차 희망버스 시위는 12차선 도로를 점거한 불법 시위로 변질됐고 경찰의 물대포 세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일부 시위대가 버스를 나눠 타고 서울로 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결의대회’에 합세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역시 주말에 반값등록금 집회가 일어났고 경찰과 충돌하면서 경찰의 물대포 발사 논란을 일으킨 일도 있다. 당시 청계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도입과 대학교육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거리수업의 날 행사이후 등록금 인하를 위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촛불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 가운데 700여명이 을지로 입구역 거리로 나와 시위를 이어나갔고, 경찰은 물대포로 강제 해산에 나섰다.

박정경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