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경찰관을 폭행하면 중범죄로 현장 체포된다. 폭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집회 시위의 규정을 위반하면 누구라도 현장에서 수갑을 채워서 연행한다. 올해 초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 DC 시장과 10선의 하원의원도 수갑이 채워져 연행된 바 있다. 자치경찰제인 미국에서 그레이 시장은 자신이 임명한 경찰로부터 결박당하는 엄정한 법집행 현장을 보여줬다. 경찰의 엄정한 법집행은 물론 시장도 이런 경찰의 법집행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DC 경찰에 따르면 미국에서 경찰관 폭행은 APO(assault on a police officer)조항에 해당돼 중범죄(felony)로 처벌된다. APO는 범죄 유형상 중범죄로 분류돼 보석이 허락되지 않고,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또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미국 경찰은 곤봉이나 스프레이 등 진압 장비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한국과 다르다. 한국에선 경찰이 진압 장비를 제대로 쓰지 못함에 따라 시위대로부터 폭행 등 봉변을 당하는 반면, 미국 경찰은 진압 장비를 통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등의 공권력 집행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1만명이 시위를 하더라도 100명 이하의 경찰관으로 현장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법집행의 효율성이 아주 높은 셈이다.

미국에선 경찰관에 대들지 않았더라도 규정을 위반하면 현장에서 수갑을 채워 체포하는 등 강력한 현장 제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체포는 곧바로 수갑을 의미한다. 지난 4월 그레이 DC 시장이 연방정부의 예산안에 항의하면서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가 곧바로 경찰에 의해 수갑이 채워져 연행당했다. 그레이 시장은 9시간이나 유치장에서 머문 뒤 풀려났다.

7월에는 이민개혁을 촉구하며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루이스 구티에레즈 민주당 하원의원이 역시 수갑에 채워진 채 연행당했다. 그는 10선의 집권당 의원이다. 규정을 위반하면 바로 수갑이 채워지며, 벌금 100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그레이 시장이나 구티에레즈 의원 등은 연행당하면서 일절 항의를 하지 않았다. 경찰이 다소 거칠게 수갑을 채워 연행한 듯 보였지만, 당사자들은 경찰관의 법집행 과정을 그대로 수용했다.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경찰로부터 똑같은 대우를 받고, 예외적 예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장면이었다. 미국에선 항의를 할 게 있다면 법원에 가서 판사 앞에서 불만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통해 해결한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