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한민국은 ‘빨간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국회 처리 이후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주의 기본가치인 상호존중과 배려는 사라지고 오만과 독선으로 똘똘 뭉친 폭력이 불법 사태를 양산하고 있다. 28일 오전 서울 시민들이 뿌연 안개에 덮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광장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이 이런 우울한 상황을 반영하는 듯하다.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나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의 사상 초유의 ‘최루탄 사태’ 등 정치현안에는 눈을 감고 ‘표’를 의식한 복지정책에만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밖으로는 유럽 금융위기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국내 안팎에서 국가 재정 위기감이 불거져 나오는 가운데 집권여당이 내년 ‘4·11 총선거’와 ‘12월 대선’을 앞두고 재원이 많이 들어가는 정책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정부가 2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34만1000명 중 2년 이상 근무한 ‘지속적 상시근로자’ 9만7000여명을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 명분에도 불구하고 내년 양대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주영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협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비정규직 대책은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야만 민간으로 확장해 갈 수 있다”며 “상시적이고 지속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는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무기계약직에 대해 법률적으로 근무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근로자로 규정되지만, 사실상 정규직에 버금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당정의 발빠른 결정과는 비교되게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는 이날 오전에도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2일까지 예산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별다른 합의노력은 보이지 않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지극히 정치적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를 통한 양극화 해소란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으나, 내년 총선·대선을 겨냥한 여야 간 복지경쟁에 편승한 ‘급조 정책’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선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치는 심리적 고용안정 효과에 그칠 뿐 ‘이름 바꾸기’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지금도 기간제 교사의 경우 정규 교사와 동일한 보수를 받고 있다.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에게 상여금과 복지포인트를 정규직처럼 주기로 한 대책도 소요재원(약 1000억원)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조달케 된다는 점에서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이며, 민간에 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에게만 과도한 차별성 보장을 해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